상법 개정 1·2·3차 정리 — 이사 충실의무·집중투표·자사주 소각 시행일
CEO스코어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시가총액 500대 기업이 소각한 자기주식만 **20조9955억원(약 21조원)**에 달했습니다. 소각을 집행한 곳이 80개사, 삼성전자가 3조487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소각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상법상 원칙이 됐습니다.
다만 상법 개정은 자사주 소각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1년 사이 상장사 이사회의 회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이사는 이제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 전체를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자산이 큰 상장사는 집중투표를 정관으로 배제하기가 전보다 까다로워졌습니다. 흔히 '1·2·3차 상법 개정'이라고 부르는, 세 차례에 걸쳐 지배구조 전반을 바꾼 변화의 결과입니다.
먼저 짚을 것이 있습니다. '1·2·3차'는 언론과 실무의 통칭이지 별개의 법률 세 개가 아닙니다. 핵심은 2025년 7월 22일 공포된 개정 상법(법률 제20991호)과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된 개정 상법(법률 제21448호) 두 갈래이고, 앞의 법이 조항별로 시행일을 달리 두면서 세 번에 걸쳐 바뀐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 글은 무엇이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조문은 실제로 무엇을 규정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기업 경영에 어떤 부담을 남겼는지를 보수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시행일과 조문을 먼저 확정하고, 평가는 사실과 구분해 마지막에 두겠습니다.
시행일은 조항마다 다르다. 전자주주총회만 아직 시행 전이다.
상법은 세 차례에 걸쳐 무엇을 바꿨나
먼저 시행일을 표로 확정하겠습니다. 조항마다 시행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상법이 바뀌었다"는 말만으로는 내 회사에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래 표의 근거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상법 부칙과 각 조문입니다.
| 시점 | 시행 내용 | 근거 조문 |
|---|---|---|
| 2025-07-22 공포·시행 |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 | 제382조의3 (법률 제20991호) |
| 2026-03-06 공포·시행 | 자기주식 의무소각 | 제341조의4·제343조 (법률 제21448호) |
| 2026-07-23 시행 | 독립이사 명칭·비율, 집중투표 특례, 감사위원 3%룰 | 제542조의8·제542조의7·제542조의12 |
| 2027-01-01 시행 예정 | 전자주주총회 관련 조항 | 개정 상법 부칙 (시행 전) |
정리하면, 큰 줄기는 두 개의 개정 법률입니다. 하나는 2025년 7월 22일 공포된 법률 제20991호로, 이사 충실의무는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고 나머지 지배구조 조항은 1년 뒤인 2026년 7월 23일 시행되도록 시차를 뒀습니다. 다른 하나는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된 법률 제21448호로, 자기주식 의무소각을 도입했습니다. 이 자사주 소각 법안은 2026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이 흐름을 '1차·2차·3차'로 나눠 부르면서 별개 법률 세 개처럼 읽히지만, 법률 번호로는 두 갈래입니다.
아직 시행되지 않은 조항은 전자주주총회 관련 규정뿐입니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므로, 이 부분은 "도입됐다"가 아니라 "시행 예정"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사 충실의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개정의 명분 중 가장 강한 논거부터 있는 그대로 제시하겠습니다. 개정 전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결정—합병 비율, 물적분할 후 상장, 내부거래 등—이 내려져도,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니라면 일반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기 어려웠습니다. 개정론은 여기서 소액주주·일반주주 보호의 공백을 지적했고,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것이 이사 충실의무 확대의 취지입니다.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은 이 취지를 조문으로 옮겼습니다. 제1항은 이사가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고, 제2항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합니다. 시행일은 2025년 7월 22일로,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것이 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자주 언급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표현은 최종 조문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조문의 문구는 '주주',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이지 '비례적 이익'이 아니므로, 조문을 인용할 때 이 점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문제는 조문이 짧다는 데 있습니다. '주주를 위하여'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요구하는지는 앞으로 법원 판례가 채워야 합니다. 이사 입장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도 특정 주주군이 "나를 공평하게 대우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을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명분과 별개로, 이 불확실성이 뒤에서 다룰 경영 위축 우려의 출발점입니다.
충실의무의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어졌다. 조문에 '비례적 이익'이라는 말은 없다.
독립이사·집중투표 특례·감사위원 3%룰
2026년 7월 23일부터 시행된 지배구조 조항은 세 갈래입니다. 이 조항들은 주로 상장사, 그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큰 상장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첫째, '사외이사'가 상법 제542조의8에서 '독립이사'로 이름이 바뀌고 비율이 올라갔습니다. 일반 상장사의 경우 이사 총수의 1/3 이상을 독립이사로 두도록 했는데, 종전 사외이사 하한이 1/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요건이 강화됐습니다. 여기서 '자산 대규모 상장사'의 기준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통상 자산총액 2조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글에서는 시행령 문구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확정된 수치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집중투표 특례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개정법은 집중투표제를 완전히 의무화하거나 정관에 의한 배제를 전면 금지한 것이 아닙니다. 상법 제542조의7은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것 자체는 여전히 허용하되, 자산 대규모 상장사가 집중투표를 배제하려는 정관변경을 표결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간접적 방식을 택했습니다. 배제를 원천봉쇄하는 대신, 배제 결의를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중투표제가 강제 도입됐다"고 말하면 과장입니다. 정확히는 대주주가 집중투표를 정관으로 걷어내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셋째,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입니다. 상법 제542조의12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정관으로 2명 이상까지 분리선출 대상을 늘릴 수 있게 했습니다.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로 제한됩니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감사위원을 두겠다는 설계입니다.
세 조항 모두 2026년 7월 23일 시행이다. 3%룰이 반복되는 것이 이 개정의 특징이다.
자사주 의무소각과 2027년 전자주주총회
2026년 3월 6일 공포·시행된 법률 제21448호의 핵심은 자기주식 의무소각입니다. 도입부에서 본 것처럼 CEO스코어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시가총액 500대 기업이 소각한 자기주식은 20조9955억원에 달했는데, 그때까지 이 소각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선택이었습니다. 종전에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소각할지, 계속 보유할지, 나중에 처분할지를 자율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개정법은 상법 제341조의4와 제343조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방향을 바꿨습니다. 자사주를 오래 쌓아두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던 관행을 겨냥한 것입니다.
다만 유예 구조가 있습니다. 회사가 직접 취득한 자기주식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의 유예를 둔 뒤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해, 최대 2027년 9월 5일까지 시간이 주어집니다. 신탁계약 등을 통한 간접취득분은 반환받은 뒤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고, 외국인 지분규제 업종은 최대 3년의 특례를 뒀습니다. 즉 "3월 6일부터 모든 자사주를 당장 태워야 한다"가 아니라, 취득 경위에 따라 소각 기한이 달라집니다. 위반 시 제재가 따르지만 구체적인 과태료 금액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적지 않겠습니다.
전자주주총회는 성격이 다릅니다. 관련 조항은 2027년 1월 1일 시행 예정으로, 앞의 조항들과 달리 아직 시행 전입니다. 주주가 물리적으로 모이지 않고도 총회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인데, 시행 시점이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이미 전자주총이 가능해졌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자사주 소각 기한은 취득 경위에 따라 갈린다. 직접취득분은 최대 2027년 9월 5일까지다.
경영 위축 우려의 근거
여기서부터는 사실이 아니라 평가입니다. 문단을 나눠 구분하겠습니다.
사실관계부터 정리하면, 재계는 개정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11월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상장사 104곳을 조사한 결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습니다. 3차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한국경제인협회는 뉴시스에 "국회 본회의 통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인수합병(M&A) 목적의 자사주에 대한 보완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재계가 반대만 한 것은 아니며, 통과를 수용하되 예외 설계를 요구한 것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여기부터는 의견입니다. 보수 관점에서 이 개정의 가장 큰 문제는 의무의 확대와 형사책임의 정비가 짝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사 충실의무가 '주주'로 넓어지고 그 내용이 판례로 채워질 때까지, 이사는 어느 주주군이 문제 삼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배임죄는 그대로입니다. 1차 개정 당시 함께 손보기로 약속됐던 배임죄 정비는 국회에서 입법이 멈춰 있고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형법상 배임, 상법상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이어지는 형사책임 3중 구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확대된 민사적 의무 위에 정비되지 않은 형사책임이 얹히면, 이사회는 새로운 시도보다 소송을 피하는 결정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물론 반론도 성립합니다.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막고 일반주주를 보호하면 자본시장 신뢰가 올라가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된다는 것이 개정론의 핵심입니다. 이 주장 자체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값어치가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를 얻으려면 의무만 늘릴 것이 아니라, 이사가 합리적 근거로 내린 경영 판단을 사후에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안전판—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나 배임죄 정비—이 함께 가야 합니다. 그 짝이 빠진 채 의무만 먼저 무거워진 것이, 이번 개정을 두고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의 실질적 근거입니다.
근거와 참고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법 https://www.law.go.kr/법령/상법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개정 상법)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46038
- 법무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개정 상법 길라잡이 https://www.moj.go.kr/bbs/moj/182/491790/download.do
- 법률신문(율촌 해설)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411
- 뉴시스 3차 상법개정안 본회의 통과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225_0003526375
- 머니투데이 배임죄 폐지 지지부진 https://www.mt.co.kr/politics/2026/02/25/2026022510051071513
- CEO스코어데일리 2025년 자기주식 소각 집계(시가총액 500대 기업) https://m.ceoscoredaily.com/page/view/2026011914144778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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